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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의 스포일러 있음

완독일 : 2024.03.14

세계관에 매몰되어 설정 설명으로만 가득 찬 무언가.

우연히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책인데 소개나 줄거리가 흥미로웠고, 평점도 괜찮아서 바로 구매해서 읽었다.
그리고 중후반부에서 책을 덮고 싶었고, 산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읽었다. 전부 읽고 나니, 실망을 넘어선 분노를 느꼈다.

작품의 초반에 던져지는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 그림자 탈취 사건의 범인
  •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 ‘나’의 기억이 사라진 이유
  • 채교수의 정체 중반 즈음에 던져지는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 제론이 연구하던 마법은 어떤 마법이었는가

그러나 이 모든 수수께끼는 중후반에 주인공의 기억이 돌아온 후 다음처럼 변한다

  • 그림자 탈취 사건의 범인 기억 돌아오기 전부터 제론인걸로 의심되다 사실 상 확정. 처음부터 수상한 게 한 두개가 아니었으므로 그닥 놀랍진 않음.
  •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나’는 제론이 아니었으므로 무의미해진 수수께끼
    • ‘나’의 기억이 사라진 이유 역시 무의미해짐.
  • 채교수의 정체 제론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수상한 티 팍팍 내고 있었으므로 놀랍진 않음.
  • 제론이 연구하던 마법은 어떤 마법이었는가 핵심적인 수수께끼도 아닐 뿐더러 애초에 ‘나’에 대한 의구심을 강화하는 장치에 불과했음. 그리고 수수께끼라 부르기도 좀 그럴만큼 뻔함.

사실 상, 주인공의 기억이 돌아온 시점부터 작품을 끌고 갈 수수께끼가 사라짐. 여기서부터 제론을 쫓는 수사극일 뿐, 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사극조차도 아니다.

일단 추리소설로 볼 수도 없다.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은 세계관을 설명하기에 유용하긴 하다. 그러나 소설이 세계관에 잡아먹혔다. 기억이 돌아오는 중후반부까지 진상에 다가간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세계관 설명만 계속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에 기억이 돌아오는 장면이 당황스럽다.
나 != 제론이라는 사실이 반전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그닥 놀랍지도 않다. 복선조차 없었으므로.

게다가 기억을 되찾는 것도 단순한 우연에 불과하고 갑작스럽게 다가오며 비중있게 다뤄지지도 않는다. 그냥 엄마 시체를 보니 앗!하고 돌아온다.

만일 나 != 제론이라는 사실을 반전 요소로 준비한 거라면… 잘못 쓴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이렇게 흥미가 떨어진 상태에서 하는 게 세계관 설명이다… 책을 덮고 싶었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기억이 돌아오는 건 중후반부다. 이때까지 세계관 설명만 계속된 상태에서, 후반부에 들어섰는데 흥미를 끌 미스터리도 없고, 진행된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림자 하키’라는 새로운 설정의 설명은 그저 짜증을 유발할 뿐이다.

물론 그림자 하키가 주인공에게 추리의 직감을 얻도록 하는 역할이긴 하다. 그런데 이게 꼭 새로운 설정(그림자 하키)일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냥 세계관 설명하면서 겸사겸사 직관도 던져주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그 직감을 통해 해결하는 수수께끼는 이미 해결된 수수께끼다.
마법을 연구하면서 ‘지능이 있는 그림자’와 ‘본체화’를 언급했는데, 그 연구의 목적은 ‘지능이 있는 그림자의 본체를 만드는 것’이다.
‘지능이 있는 그림자’와 ‘본체화’를 언급한 시점에서 답을 준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제와서 대단한 거 깨달은 것 마냥 이런 게 아니었을까? 이게 그거 아닐까? 이러고 있으니 답답하다.

독자들에게 해답을 던져준 거에 비해 그 해답편을 푸는 게 너무 늦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몸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고
범인 일당의 목적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고
추리소설다운 트릭이나 미스터리도 없었고

세계관이 매력적이었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었다.

이쯤 되니 책 소개나 광고에서 해리포터 언급하는 게 우습다.
판타지물로 봐도, 심지어 미스터리 소설로 봐도 해리포터랑 비교하는 게 미안한 수준이다.

이게 왜 추리소설로 분류되는지, 왜 별점 9.8로 호평인지가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