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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404’의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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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수사대 404 제로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다 본 날: 2025-02-10

후기

4점. (6화 한정 5점)

재밌었다.
‘시마’와 ‘이부키’의 케미, 4기수의 팀워크, 사회문제를 적절히 섞으면서도 수사물의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언내추럴’과 같은 제작진의 드라마니 ‘언내추럴’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다.

사실 둘 다 수사물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핵심 테마가 다르기 때문에(언내추럴은 법의학, MIU404는 형사) 어느 쪽이 더 재밌었냐고 한다면, 이 부분은 취향의 영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MIU404가 ‘형사’ 수사물인 만큼 분위기가 언내추럴에 비해 좀 더 무겁다. 무거운 분위기가 싫다면 언내추럴 쪽을 추천한다. (다만 MIU404도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님.)

6화에 대해

6화 이전까진 언내추럴 만큼의 재미는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버디물을 좋아한다면 언내추럴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드라마가 될 수는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6화를 보고는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가는 수사물로서의 재미는 당연하고, 시마의 파트너 이부키가 시마조차 몰랐던 사실을 밝혀내 시마의 마음 속 짐을 덜어주는 버디물로서의 재미까지. 1~5화에서 느꼈던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완전히 뒤바꾼 화였다.

‘스위치’에 대해

시마 카즈미 “우리는 직선 위를 걷는 게 아니야. 눈앞의 장애물을 피해도 엉뚱한 일에 휘말려 방향을 잃거나 우왕좌왕하는 사이 범죄자가 되어 버려. 스위치가 작동하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코코노에 요히토 “그건 본인 책임이에요.”

시마 카즈미 “나왔다, 본인 책임!”

코코노에 요히토 “결국은 의지가 중요하죠.”

시마 카즈미 “맞아. 자신의 길은 직접 정해야 해. 그건 나도 동감해.”

시마 카즈미 “하지만 사람마다 장애물 수는 달라.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있어. 누구를 만나느냐, 만나지 않느냐. 이 사람의 경로를 바꾸는 건 어떤 스위치인가. 그때가 오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어.”

-3화, 분기점 중

3화에 ‘스위치’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스위치’에 대한 언급은 후반부까지 몇 번 언급되는데, 위 대화가 MIU404 전체를 관통하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MIU404는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나는 그 이유로 MIU404에 나오는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그저 악의로 가득 찬 악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게, ‘불합리’에 억눌려서, 억울해서, 타인을 위해, 속죄를 위해, 잘 해내고 싶어서. 그러나 그럼에도 ‘올바른 길’을 걸을 수는 없었던 사람들.

MIU404 속 범죄자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 범죄자 옹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위의 대화에서 시마가 코코노에의 발언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것처럼, 2화에서 이부키가 살인범인 카가미에게 “아무리 상대가 쓰레기 같아도,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을 죽이면 지는 거야.” 라고 일갈하는 것처럼, 범죄가 옹호될 순 없고 그 처벌은 이루어져야 함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범죄자의 이야기를,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임을 알아야 할까.

그 사람들이 어쩌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느냐, 만나지 않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말해 ‘스위치’에 따라 ‘올바른 길’을 갈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범죄를 저질렀을지언정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리카와 가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나리카와 가쿠’다.

나리카와 가쿠는 3화에 나오는 장난전화의 범인 중 하나로, 육상 대회에서 준우승할 정도의 육상부 학생이다.

그러나 육상부 내에 마약이 퍼지고, 선배들 중 다른 학생들에게 억지로 팔려고 한 사람까지 나오면서 학교 측은 ‘연대책임’이란 명목으로 육상부 자체를 폐지한다. 나리카와의 입장에선 불합리한 처분이다. 자신은 마약에 손을 대지도 않았고, 약의 판매는 선배가 한 행동이며, 준우승이라는 성적도 내고 있었으니까.

외부의 불합리로 달릴 수도, ‘우승’을 노릴 수도 없게 된 나리카와는 현실에서 ‘하이퍼 게임’(가상의 모바일 게임으로, 신고 후 나타나는 경찰을 피해 도망가면 승리.)을 하기에 이른다.

첫 번째 스위치

3화에서 나리카와는 현실 하이퍼 게임을 같이 한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체포되지 않는다. 이는 나리카와를 쫓던 코코노에가 또다른 범죄 발생으로 인해 그를 붙잡는 걸 포기하고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이후 이 장난전화 사건과 그들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게 되면서 나리카와는 집에 되돌아가지도 못하게 된다. 이때, 나리카와는 ‘쿠즈미’와 만나게 되면서 더욱 잘못된 길로 향하게 된다.

두 번째 스위치

그렇게 나리카와는 쿠즈미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점점 더 범죄와 엮이게 되고, 결국 야쿠자의 뒷배인 ‘에토리’에게 ‘하노 무기’를 넘기게 된다. (나리카와는 진실을 모른 채 이용당한 것이긴 하지만)

이때 하노 무기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그녀와 잠깐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하노 무기와의 만남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게 되는 스위치가 된다.

결국 나리카와는 코코노에에게 체포된다. 이때 코코노에는 나리카와를 체포하면서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겠다”는 말을 하는데, 3화에서 장난전화를 하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바보 취급하던 코코노에의 성장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동시에 나리카와를 놓친 코코노에가 시간이 흘러 다시 나리카와를 체포하는 데서 훌륭한 수미상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리카와는 악의로 가득 찬 악인이 아니다.

육상부가 폐부되지 않았다면,
장난전화 당시 코코노에에게 체포되었다면,
쿠즈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범죄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동시에 하노 무기를 만남으로써, 결국에는 ‘올바른 길’로 되돌아온 사람이다.

마무리

누군가는 말한다. 범죄자에게,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해주지 말라고.

나는 저 말이 싫다.
서사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말이다.

범죄자에 대한 이해는 동정으로 하여금 그들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또다른 범죄의 예방을 위함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이부키의 대사처럼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막을 수 있으니까.’

흔히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은 변할 수 있음을 믿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어버리는 건 결국 나 스스로의 변화 또한 막아버리는 것이므로.

사람은 변할 수 있다.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제로 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시마 카즈미 “매일 선택의 연속이지만, 또 실수하게 될지도 몰라.”

이부키 아이 “응?”

시마 카즈미 “하지만 중요한 건 돌아오는 거지.”

(중략)

이부키 아이 “기동수사대 404 제로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11화, 제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