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
“인간, 실격.”
완독일: 2022.06.05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오바 요조’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오바 요조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가면 (위선이든 가식이든 예의든 간에) 을 이해하지 못했고, 가면과 이면 사이의 이중성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고민이 있어도 남들한테 털어놓지 못한다.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니 오바 요조에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동시에 두려운 사람이었을 것이므로.
결국 그는 ‘익살스러움’을 연기한다. 가면을 두려워한 끝에 내린 결정이 가면을 쓰는 것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그것이 그 나름의 생존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한 고독은 여전했기에 술과 여자(매춘부), 최후에는 마약(모르핀)에까지 빠지게 된다. 오바 요조는 매춘부의 품 속에선 마음놓고 푹 잘 수 있었다고, 마리아의 후광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매춘부가 자신과 똑같이 ‘생존 방법’으로서 ‘가면’을 쓴 이들이기에 느낀 감정이 아닐까 싶다.
공포의 도피처였던 술과 여자, 마약으로 인해 오바 요조는 더더욱 추락해간다.
끝끝내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오바 요조는 “인간, 실격.” 이라는 짧고도 강렬한 한 문장으로 스스로에게 선고를 내린다.
이 시점부터 오바 요조에겐 어떠한 희망도 없다. 그저 하루 하루를 보낼 뿐이다. ‘살아간다’가 아닌 ‘죽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오바 요조가 ‘익살’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첫 자살 시도 이후.) 어쩌면 포기해버린 것일지도, 어쩌면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익살 대신으로 술에 빠진 것이 아닐까 싶다.
술과 여자(매춘), 마약.
모두 그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것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은 아니다. 몸과 정신을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삶’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이 오바 요조가 어떻게든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규격에 맞지 않는 자신을 어떻게든 ‘사회’에 끼워넣기 위한 발버둥.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오바 요조가 공감되기도 했고, 연민과 동정을 하기도 했다. 파멸의 과정을 지켜보면서는 아무래도 연민과 동정이 주가 되었다. 동시에 ‘나라고 저렇게 안된다는 보장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과 여자, 그리고 마약에 의한 파멸은 현실에서도 종종 들려오는 이야기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선 나름의 경각심이 들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공감되었던 부분은 오바 요조가 가진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공포심과 그로 인한 불신이다. 이런 이중성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심적으로는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인간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회적인 관계는 그렇다쳐도 친밀한 사이에서조차 이중성이 존재한다면 누구와 가까워질 수 있으며, 또 누구에게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까. 오바 요조의 입장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으며 뒤에서 무슨 말을 할 지 알 수 없으니 가까워지는 것이 더욱 무섭고 더욱 의심스러워지는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