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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역 이상현상 해결실’의 스포일러 있음

Quote

“전 영역 이상현상 해결실이 내린 결론은 여기까지입니다.”

다 본 날: 2025-02-06

짧게 정리

2점.

재미는 있었다. 재미는.
남에게 보라고 추천해주진 못하겠지만, 본다는 사람을 말리지는 않을 정도의 드라마였다. 다만 이 드라마를 ‘추리물’로서 접근했다면 다른 드라마를 찾아보길 권할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

드라마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다.

5화를 기점으로 드라마의 장르가 완전히 바뀐다.
4화까진 ‘어쨌든’ 오컬트 요소 섞인 추리물이었다면, 5화부턴 추리 요소 섞인 오컬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5화 이후부터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추리 요소는 없다. 그리고 ‘추리물’이라는 명칭 자체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다루기로.)

4화까지의 평가

2화까지는 나름 재밌었는데 3, 4화는 조금 애매하다.

  1.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발생
  2. 그 사건을 전 영역 이상현상 해결실이 해결
  3. 그러나 완전히 해명되지는 않고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음
  4. 초현실적인 무언가가 있긴 하다는 암시를 주면서 종료

전체적으로 위의 패턴이 반복된다.
3화의 반전은 뻔했고, 4화에서는 패턴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이 컸다. 여기에 더불어 4화의 사건은 “이상현상”이라는 컨셉 자체가 흐릿해졌다. 그렇다보니 위 패턴의 3, 4번에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4화 막바지에 히루코가 전면에 나서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에 큰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기대를 준다.

5화부터

그러나 ‘초현실적인 무언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다. 이전까진 ‘초현실적인 무언가’에 대한 진상을 열린 결말처럼 남겨둠으로써 어쨌든 ‘현실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개인적으론 이런 약간의 비현실성이 첨가된 현실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었기에 거부감이 컸다.

‘히루코’의 정체

너무 강한 능력

‘히루코’의 정체인 ‘엔노 오즈누’는 수행을 통해 신통력을 터득한 ‘인간’이다.
그러나 엔노 오즈누의 능력은 부적을 통한 육체 탈취 능력(+ 몸 주인의 기억 획득)과 염동력으로, 작 중 나온 어떤 신보다 강한 능력이다. 여기에 더해 신들만이 가능한 ‘절연’ 의식도 가능한 것처럼 나오는데, 내가 일본 신화를 몰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기본적인 능력부터 너무 강하게 설정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과 수단

엔노 오즈누의 목적은 ‘모든 신을 죽이고 수리고성을 이루는 것’으로, 신을 모두 죽인 후 인간들 중에서 ‘새로운 신’을 뽑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동기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오만하고 어리석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신이 인간의 응석을 너무 받아줬기 때문이란다.
이 ‘인간의 응석을 너무 받아줬다는 것’이 신이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동기를 이해할 수는 있겠다. 다만 작중에서 신은 그렇게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데다가, 오히려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인간들 중에서 ‘새로운 신’을 뽑겠다는 목적조차도, 현 시대의 인간에 적대적인 모습이 주로 나타났기에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그 ‘오만하고 어리석은’ 인간들 중에서 새로운 신을 뽑겠다니, 어불성설이다.

특히 ‘선별’ 수단이 SNS 앱을 통한 자살 유도 고주파 뿐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현실성은 차치해두고.) 묘사로는 특정 SNS를 사용하고 있을 때만 그 고주파가 나오는데, 그럼 SNS를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쓰는 사람은 오만하고 어리석지 않다는 소린가? 엔노 오즈누가 어떤 인간을 ‘새로운 신’으로 뽑겠다는 건지 나오지 않아서 이런 모순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여주인공 ‘아마노 코유메’

남주인공인 ‘오키타마 미야비’와 함께 더블 주인공 체제인데, 막말로 전시용 피규어라고 할 정도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는 장면에선 서서히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나 했는데, 정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묘사되지 않고 그 뒤로도 그닥 유능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오키타마 미야비가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터라 더더욱 대비된다.

여러모로 작가가 잘 다루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마무리

사실 후기를 정리하면서 ‘내가 왜 이걸 재밌게 봤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이 모든 불만에도 불구하고, 보는 동안 재미는 있었다. (후반 2화 정도는 본 김에 끝까지 보자는 생각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