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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의 스포일러 있음

완독일: 2023.03.09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일본식 힐링 소설.
각 에피소드는 화자가 한 열차 탈선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슬픔에 빠져있는 와중 ‘유령 열차’에 관한 소문을 듣고 찾아가 유령 열차를 통해 저마다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줄거리로 이루어져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을 때의 감상이 그대로 떠올랐다. 오히려, <불편한 편의점>보다 더 안좋았다. 앞서 말한 줄거리대로 4개의 에피소드가 같은 구성을 공유하고 있어 읽을 수록 뻔하다고 느껴진다.

4개의 에피소드 중 그나마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2화와 4화였다. 사실 2화도 그렇게 높이 평가할만한 것은 안된다. 흔히 할 법한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는 청년이 아버지의 위로와 조언으로 다시 일어난다는, 다소 클리셰적인 에피소드기 때문이다.
무난하게 먹히는 감성의 2화가 ‘그나마’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전체적인 감상이 어땠을지는 말 안해도 될 것 같다.

4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앞선 3화에 걸쳐 사용되던 구조에서 약간의 변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령 열차를 통해 위로받는 것이 아닌, 같은 피해자들(다른 에피소드의 화자)에 의해 먼저 위로받는다. 결국에는 유령 열차를 찾아가고 남편과 잠시 재회하지만, ‘꼭 필요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4화의 후반부는 이런 느낌이 강한데, 유키호에 관한 이야기와 유령 열차의 모두는 자신이 죽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굳이’ 넣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불필요했다고 느껴진다.

유령 열차의 비밀에 대해서는 반전요소랍시고 넣은 것 같은데, 반전 아닌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놀랍지도 않고, 인상깊지도 않았다. 이는 유키호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마무리를 짓는 과정에서 차마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버리기엔 아쉬웠던 아이디어를 무리해서 집어넣은 느낌이다.

소설 외적으로는 3화 후반부나 4화의 이지메 같은 일본 특유의 감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조금 거북했다. 그리고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사용한 부분(사랑해주었다. 지켜주었다. / 즐거워 보였다. 행복해 보였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하다고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앞에서 <불편한 편의점>을 잠깐 언급했었는데, 왜 베스트셀러인지 이해는 갔던 <불편한 편의점>과는 달리 이 책은 왜 베스트셀러인가 의문이 든다.